BTS 스타디움 월드 투어를 연출한 김상욱 PD 인터뷰

BTS의 초고속 성장 이면에는 그들의 무대를 가장 빛나게 만든 김상욱 PD가 있다. 어쩌면 너무나 이른 성공에

더 오를 곳을 찾지 못해 잠시 방황했다는 김 PD. 하지만 그는 “내 인생의 황금기는 지금부터”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보통 6개월, 길면 1년 전에 프로젝트를 받죠.”

김상욱 PD는 BTS의 월드 투어 무대를 연출하게 된 스토리를 풀어놨다. 공연의 큰 틀을 세우고, 아티스트가 이 공연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줄 것인지를 고민한다. 그렇게 정해진 콘셉트에 맞게 곡을 배열하되 각 곡의 스토리를 고려해야 공연이 자연스러운 흐름을 갖게 된다. 그다음 음향, 특수효과, 모니터, 발전차 등을 모아 최종적으로 무대를 디자인한다.리허설은 그 모든 시간과 노력이 하나의 유기체로 거듭나는 순간이다. 팬들에게 보여지지 않지만 BTS의 아름다운 무대는 이렇게 탄생했다.

김 PD는 2018~2019 BTS의 스타디움 투어 무대를 연출하며국내 공연 역사를 새로 쓴 인물이다. 전 세계 30개 도시에서 62회, 무려 206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영국 웸블리, 미국 로즈볼 등 미국과 유럽의 초대형 스타디움에서 열린 공연은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서 ‘올해의 콘서트 투어’에 선정되는 등 세계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 모든 영광을 이뤘을 때 김 PD는 불과 42세에 불과했다. 그에게 세계 정상에올라선 감회를 물었다.

Profile 김상욱

•1978년생(45세)

•공연연출가, Plan A 대표


공연연출가가 된 계기는?

한 번도 공연연출가를 꿈꾼 적이 없다. 또래 남자들과 달리 음악을 즐겨 듣던 초딩이었고, 좋아하던 가수 김광석이 멋있어서 따라 하려고 기타를 배운 평범한 중학생이었다. 고등학교 진학 후에는 중창단으로 활동하며 무대에 직접 서기도 했다. 그 친구들과는 성인이 되어서도 직접 소극장을 빌려 우리만의 공연을 만들었다. 따지고 보면 언제나 음악, 무대, 공연 근처에 머물렀던 것 같다. 그럼에도 공연연출가라는 직업이 있다는 건 예비군이 되어서야 알게 됐다. ‘뭐 해서 먹고살지?’를 고민하던 차에 우연히 발견한 공연연출 아카데미의 신입생 모집 광고를 본 게 시작이었다. 아카데미에서 공부하며 업계 사람들과 관계를 맺은 게 지금까지 왔다.


공연연출 아카데미 모집 공고가 인생을 바꾼 건가?

그럴 수도 있다. 사실 그전에는 음악을 좋아하는 ‘리스너’였을 뿐 공연을 만드는 사람이 누군지는 관심도 없었으니까.(웃음) 당시 아카데미 공고는 다섯 짜리 글이 전부인 아주 작은 신문광고였다. 친한 선배가 “너랑 잘 어울릴 것 같아”라며 보여줬는데 첫 느낌이 정말 재미있을 것 같았다. 그때 아카데미 공고를 못 봤다면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있었을 것 같다.


현재 하는 일에 얼마나 만족하고 있나?

완전 만족한다. 아마 또래 가운데 제일 만족도가 높을 것이다. 그건 처음부터 그랬다. 대원외고와 연세대학교를 나온 덕에 동창 중에는 의사, 변호사, 행정가, 그 외 난다 긴다 하는 이가 많다. 뭐, 뻔하지 않나? 초봉을 서로 오픈하는 순간 내가 그들의 절반 혹은 그 이하 수준이었다. 그렇다고 노동강도를 따지면 내가 더하면 더했지 적지는 않았다. 그래도 열등감이 생기진 않았다. ‘앞으로 몇 년만 고생하면 너희 다따라잡을 수 있어’ 같은 마음가짐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니까. 무엇보다 내 일이 재미있고 행복했다. 현실적인 문제는 그것대로 힘들지만, 현실과 행복은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BTS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

회사 소속 PD로 지내면서 수많은 공연을 연출했다. 나름 성과가 좋았고, 때가 됐다 싶어 2010년 내 회사를 차리며 독립했다. 그때부터 슬럼프가 시작됐다. 공연계는 12월이 성수기인데 아무도 우리 회사를 찾지 않았다. 남들 다 바쁠 때 나만 일이 없으니 자신감도 많이 떨어졌다. 이대로 한국에 있으면 너무 슬플 것 같아 남미로 여행을 가려고 두 달 동안 계획을 세웠다. 비행기 티케팅을 앞둔 순간에 운명처럼 BTS 소속사에서 연락이 온거다. 당시 BTS는 데뷔 전이었고, 같은 소속사 가수인 2AM의 공연을 연출해달라는 전화였다. 그렇게 공연을 성공적으로 연출했다. 이후 수년간 그 소속사와 함께 일하면서 BTS의 데뷔 무대를 자연스레 맡게됐다.


BTS가 이렇게 뜰 줄 알았나?

처음 프로필을 받았을 때는 상상도 못 했다. 하지만 쇼케이스를 준비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신인 데뷔 쇼케이스를 종종 연출하는데, 보통은 처음이니까 무대를 어색해한다. 하지만 BTS는 쇼케이스부터 달랐다. 데뷔 무대에서 세 곡을 부르게 되어 있었는데, 무려 7시간을 리허설했다. 세 곡이면 15분 남짓이고, 쉬는 시간까지 해도 30분이다. 그걸 7시간 한 거면 무대의 모든 걸 열네 번 반복한 거다. 무대가 100석 정도의 작은 규모였음에도 그만큼 노력하는 걸 보고 ‘BTS는 되겠다’ 싶었다. 그걸 지원하는 소속사도 ‘티끌 하나 남지 않는 완벽한 스타트’를 하고자 한다는 의지를 볼 수 있었다. 여러모로 보통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 데뷔 무대였다.


40대 초반에 BTS와 ‘스타디움 월드 투어’라는 대단한 업적을 이뤄냈다

단순하게 공연장 규모로만 보면 콘서트도 단계가 있다. 100~200석 쇼케이스, 1500~2000석 라이브홀, 그다음이 약 3500석 되는 핸드볼 경기장, 5000~6000석의 잠실 실내체육관, 1만 석의 체조 경기장, 2만 석 고척돔, 그다음이 5만 석 규모의 잠실주경기장이다. 5만 석 넘는 규모의 스타디움만 돌면서 공연하는 걸 ‘스타디움 투어’라고 한다. 이 단계를 BTS가 다 밟아오는 데 5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굉장히 빠른 속도다. 무엇보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세계 주류 음악 시장의 스타디움을 전부 돌았다는 게 대단하다. 그 어떤 국내 가수도 못한 걸 5년 만에 이루다니, 이건 앞만 보고 올라간 결과다. 나 역시 그 5년간 너무너무 바빴다. 내리막이 한 번은 있을 법한데 오르막만 점점 가팔라지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막상 투어가 끝나는 순간에는 좀 서글픈 기분이 들었다.


거듭된 성공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나?

사람이 보이지도 않을 만큼 커다란 야외 공간을 함성과 감동으로 가득 채워야 했다. 국내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기에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다. 그래도 관객 입장에서 생각해보며 기본부터 다져나갔다. 예를 들면 공간이 커서 뮤지션의 실제 모습이 잘 안 보일 테니 초대형 모니터를 설치하고자 했다. 16×9m였는데 이는 국내 공연에서는 볼 수 없는 크기였다. 다들 “오버한다”고 했지만 밀어붙였고, 공연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이제 와 생각해보면 안 해봤으니 우길 수 있었던 것 같다. 


본인 공연에 대한 철학이 있다면?

나는 흐름이 있는 공연을 만든다. 연극 같은 공연이랄까? 연극은 극본부터 연기, 무대 등 모든 게 극을 위해 쓰인 일종의 유기체여서 처음부터 끝까지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반면 콘서트는 4분짜리 각기 다른 20개의 곡을 조각조각 모아야 하다 보니 연극에 비해 덜 유기적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콘서트의 한계를 인정하고 말 것인가? 그건 또 아니지 않나. 콘서트도 연극, 영화 등의 콘텐츠처럼 유기적이고 스토리가 이어지고, 더 나아가 아티스트의 세계관이 담긴 공연을 만드는 것은 내게 중요한 가치다.

40대 중반을 향해가고 있는데, 스스로 ‘중년’이라고 생각하나?

글쎄, 40대 중반이 중년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30대 초반 시절과 지금, 뭐가 다른지 구분이 안 간다. 단순히 체력이 떨어졌다는 거? 그것 말고 하는 짓을 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웃음)


경제적 안정, 성공적 경력에 대한 생각은?

그중 어떤 것도 특별히 좇지 않는다. 그저 너무 놀고 싶다. 그동안 일하느라 골프도 못 쳐봤고, 있던 취미도 다 없어졌다. 기타, 피아노, 스키, 여행 하나같이 좋아했는데 이 일을 시작하면서 꿈도 못 꿨다. 제대로 된 답변인지 모르겠는데, 그래서 진심으로 놀고 싶다. 


인생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목표가 있다면?

나는 목표를 세우지 않는다. 그저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게 좋다. 어릴때부터 그랬다. 사람들에게 최대한 많이 내 얘기를 하는 직업을 갖고 싶어 PD가 되고자 했고, 공연연출가가 됐다. 계획이라면 최근 하나 생겼다. 언젠가 은퇴를 하면 후배들한테 회사를 물려줄 생각이다. 내 모든 걸 담아 사무실째 넘겨주고 “이제 안녕” 할 것이다.


“단언컨대, 한 인간의 현재는 그가 켜켜이 쌓은 시간의 결과다.

그가 쌓아온 삶의 지층은 그의 현재를 이해하는 근거이자 그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실마리다.

어제까지 나의 합이 지금의 나이고, 오늘까지 쌓인 나는 내일의 토대가 된다. 

결국 내일 행복하려면 오늘을 열심히 사는 수밖에 없다.”


<Den> 160호 <BTS 스타디움 월드 투어를 연출한 김상욱 PD>

에디터 이영민 포토그래퍼 김동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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