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를 열광시키는 40대의 밴드 보컬, 에그2호

“내가 만드는 음악이 사람들 일상의 BGM이 되었으면 한다”

인디 밴드 ‘스탠딩 에그’는 12년 전 데뷔할 당시 20대를 열광시켰다. 

그리고 2021년, 그들은 여전히 20대를 주 팬층으로 두고 있다.

세월이 흘러도 여전한 그들의 20대 감성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화려한 아이돌 음악이 평정한 가요계에서 어쿠스틱 밴드의 역주행이 시작됐다. 스탠딩 에그의 ‘오래된 노래’가 7년 만에 차트에 진입한 후 500일이 넘도록 그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것. 2016년에는 ‘여름밤에 우린’이라는 노래로 국내 7개 차트 1위 자리를 올킬하는 진풍경도 연출했다. 거대 기획사의 아이돌에 비해 비주류라고 할 수 있지만, 어느새 마이너의 존재감은 역전되어 메이저 음악계 질서를 위협할 만큼 팬층이 두툼해졌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음악계의 기존 역주행 사례와 달리 스탠딩 에그는 화끈한 퍼포먼스 영상이나 재미있는 댓글 등을 성장 서사로 하지 않는다. 대중은 대한민국 최고 인디 밴드의 실력과 성장 스토리에 감탄할 뿐이다. 무엇보다 12년 차 40대 멤버로 구성된 밴드의 주요 소비층이 20대라는 건 그들의 젊은 감수성을 가늠하게 한다. 스탠딩 에그의 보컬이자 작사·작곡을 맡고 있는 에그2호를 만나 감수성 유지 비결을 들었다.

Profile 에그2호 •1981년생(42세) •인디 밴드 ‘스탠딩 에그’ 멤버(보컬, 작사·작곡)


‘스탠딩 에그’는 무슨 의미인가?

콜롬버스의 달걀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어쿠스틱 음악을 하면서 우리만의 소속사를 차렸고, 자본이나 매니지먼트 없이 활동했다. 회사 경영도 직접 한다. 그리고 웬만한 미디어의 섭외 요청은 다 거절했다. 오직 음악만으로 사람들과 교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떤 사람이고 어떻게 생겼는지가 음악에 영향을 주는 게 싫었다. 처음에는 이 같은 포부를 주변에 밝히면 하나같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다. ‘매니저 하나 없이, 방송 출연 없이 누가 알아 보냐’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그때 오기가 생겨서 되든 안 되든 우리 방식으로 음악을 한번 해보자고 마음먹었다. 모두가 안 될 거라 할 때 자신만의 방식으로 달걀을 세운 콜럼버스처럼 우리도 우리 방식으로 도전했다. ‘스탠딩 에그’는 그 의지가 담겨 있는 이름이다.


추구하는 음악 세계가 궁금하다

사람의 인생에서 음악이 중심이 된다기보다는, 그들의 일상에서 배경 음악(BGM)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음악을 시작했다. 강렬한 임팩트를 주면서 훅 들어오진 않지만 좀 더 편안하고 따뜻한 일종의 ‘무드’를 만들어주는 음악을 하고 있다. 카페, 집 등 어디에서도 이질감이 없고 다른 일을 할 때 틀어도 거슬리지 않는 음악, 사람들의 일상에 개입하기보다는 있는 듯 없는 듯 곁에 있는 음악을 만들고자 한다.


‘에그2호’라는 활동명은 또 무슨 의미인가?

아무 의미도 없다. 스탠딩 에그라는 이름으로 3명의 멤버가 활동하고 있다. 저작권협회에 음악을 등록하려면 멤버 각각이 신청해야 하는데, 아무 생각 없다가 현장에서 즉석으로 떠오른 게 에그1·2·3호였다. 나이 순도, 이름 순도 아니고, 그냥 그렇게 활동명이 된 거다.


작업실에 록 밴드 음반과 포스터가 많다

딱히 록만 좋아하는 건 아니고 장르를 가리지 않는 스타일이다. 초등학교 고학년 무렵부터 록, 팝할 것 없이 음악을 들었고 10대 시절 ‘헤비 리스너(Heavy Listener)’로서 자부심을 가질 정도로 빠져 살았다. 해외에 신보가 나오면 제일 먼저 들어보는 학생이었다. 당시에는 인터넷이 없던 터라 해외 음악에 관심을 가지려면 외국 잡지를 사 보거나, 음반 가게에 가서 일일이 뒤져보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면 음반 가게 사장님들과 친해져 나중에는 최신 음악을 알아서 들려주었다. 그게 나한테는 일상의 돌파구이자 커다란 기쁨이었다.


뮤지션이 된 계기는?

음악을 워낙 좋아해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다 보니 소위 ‘음악 하는 형들’을 많이 알게 됐다. 그들은 어린 내가 폭넓은 음악을 듣는다는 걸 귀엽게 봐줬다. 그렇게 주변에 음악을 업으로 하는 이들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음악을 만드는 계기가 열렸고, 스탠딩 에그 멤버들도 만나게 되었다. 저마다 록을 하는사람으로 만났지만 알고 보니 다들 장르 제한 없이 다양한 음악을 좋아하고 있더라. 그렇게 스터디하듯이 매주 만나 새로운 음악을 만들었는데, 그 과정에서 스탠딩 에그까지 결성하게 됐다.


40대가 된 지금도 2030 팬이 많은 비결은?

20대가 우리 음악을 가장 많이 듣는다. 스탠딩 에그의 음악이 감수성 예민한 그들을 여전히 만족시킨다는 의미다. 이는 우리가 예민한 감수성을 유지하면서 그걸 포장할 땐 트렌디한 음악적 컬러를 사용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음악적 컬러는 시대가 변함에 따라 끊임없이 바뀐다. 그래서 계속 관심을 갖고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데뷔할 때의 음악을 똑같이 내놓는다면 같은 20대라도 지금의 20대는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풍부한 감수성+포장 테크닉’의 영역인 셈이다.


감수성을 유지하는 노하우가 있다면?

평소 관심 분야를 아카이빙하는 데 굉장히 많은 공을 들인다. 또 뮤지션이라는 직업 특성상 나이 어린 친구들을 만나는 기회가 많다 보니 그들과 자주 교류하는 것이 도움이 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트렌드를 빠르게 파악하게 되고, 어느 순간에는 내가 관심있어 하는 것이 조금 뒤에 유행하는 경우도 많았다. 커피, 인테리어, 실내 가드닝 등이 그 예다. 그럴 때면 ‘내가 그냥 좋아하는 것을 계속 해나가는 것에 답이 있구나’ 하고 느낀다.


중년 남성은 경제적 안정, 가정에 대한 책임, 개인적 성공 등의 가치관을 좇는다. 본인은 어떤 성향인가?

꿈이라고 하기엔 거창하고, 여전히 하고 싶은 것을 하고자한다. 하지만 40대에 접어들면서 하고픈 일을 하려 할 때 예전보다 빨리 결정하지 못하게 됐다. 더 많은 식구가 비즈니스로 묶여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 탓에 습관이 하나 생겼다. 하고는 싶은데 조심스러워서 못 하고 지나가놓고는 나중에 그 분야의 성공 사례가 나오면 ‘아, 더 빨리 치고 갔어야 했는데’ 하며 후회한다.(웃음)


스스로 ‘중년’이라고 생각하고 있는지?

그렇다. 요즘 20대 초·중반 친구들을 보면 더더욱 실감한다. 예전에는 40대가 시대의 흐름을 리드하는 계층이라는 인식이 강했다면, 이제 그 나이대가 점점 낮아지는 추세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최근 20대 초·중반 계층에는 시대를 이끌어가는 이가 굉장히 많다. 비즈니스 시장 자체가 제조업에서 IT 위주로 변하면서 개인 소셜 관련 사업이 번창하는 등 젊은 리더가 탄생하기 좋은 환경이 됐다. 음악 비즈니스도 마찬가지다. 우리처럼 회사를 운영하면서 자기 음악을 하는 젊은 친구도 많아졌고. 그들은 트렌드를 더빨리 인지한다. 그에 비하면 나는, 중년 맞다.


“스탠딩 에그는 앞으로도 지금까지와 다른 음악을 선보일 것이다. 지금의 20대가 30~40대가 됐을 때 ‘나 20대 때 듣던 음악이 좋았어요’라는 말을 듣고 싶다. 데뷔 때 팬들이 그런 것처럼, 지금 대학생들에게도 인생에 남는 음악을 만들어주고 싶다.”


시대 변화 속에서 40대는 무얼 해야 할까?

지금의 20대는 엄청나게 성장하고 있다. 곧 그들이 주도할 시장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공부밖에 없다. 경험치로 무장하면서도 무언가 더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공부하는 건 숙명이다. 이 길을 오래 걸어온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그 무엇을 해나가야 하는 것이다. 


중년 뮤지션으로서 음악적 고민은 무엇인가?

‘음악 하는 사람이 자기가 나이 들어감에 따라 그 음악도 나이 들어가게 하는 게 자연스러운 거 아닌가? 40대가 된 내가 20대 초반 친구들에 맞춰 그들의 감수성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 의미가 있나? 지금까지 우리 음악을 들어온 나와 동년배 팬들은 20대의 지금 감성 음악에 이질감을 느끼지 않을까?’ 그런 수많은 고민을 한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뮤지션은 과거 전성기 때 음악에 갇혀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팬들은 자신이 10대, 20대 때 듣던 음악을좋아하지, 그 뮤지션의 40대 신곡을 들으며 환호하진 않는다. 이는 우리 정서상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럼에도 뮤지션이라면 음악 활동을 계속하는 이상 예전 히트곡만 부르며 머무르기보다 지금까지와 다른 자신의 음악을 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BGM>이라는 음악 잡지 창간을 준비 중이다. 음악과 라이프스타일을 접목한 콘셉트로, 요즘은 누가 어떤 음악을 듣는지 글과 에세이, 인터뷰 등으로 풀어내는 잡지다. ‘누가 어떤 일을 할 때는 어떤 음악을 들을까?’, ‘그들의 BGM은 무엇일까?’ 같은 질문을 토대로 플레이리스트를 보여주는 거다. 스탠딩 에그의 아이덴티티인 ‘일상 속 BGM’ 키워드가 고스란히 들어갔다고 보면 된다. 단순히 하나의 음악적 채널을 갖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일이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목표는?

누구나 그렇겠지만 그냥 행복하면 된다. 내게 행복은 ‘모험’같은 거다. 이미 갖고 있는 걸 가지고 꾸준히 늙어가는 것보다는 아직은 더 새로운 것, 몰랐던 것을 향해 도전해보고 거기서 새로운 결과를 얻으면서 즐거움을 느끼고, 그것에 맞춰 나를 또다시 변화시키고. 그런 데서 오는 즐거움이 굉장히 크기 때문이다.


Den 160호 <20대를 열광시키는 40대의 밴드 보컬, 에그2호>

에디터 이영민 | 포토그래퍼 김동오


정기구독 및 광고문의

Tel.  02-2002-9880

E-mail.  den@rpcorp.co.kr

Info

회사명 : (주)알피스페이스

사업자등록번호 : 432-88-00466

대표이사 : 박운미

주소 : 서울시 강남구 영동대로 315, 비1층(대치동)